동의보감에서는 우리 몸이 '천지운기(天地運氣)', 즉 하늘과 땅의 움직이는 기운에 아주 밀접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해요. 이 말을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쉽게 말해, 자연의 리듬이 바뀌면 우리 몸 안의 기운도 함께 바뀐다는 뜻이죠. 특히 가을은 그 변화가 더욱 확연하게 느껴지는 계절인데요, 여름 내내 활기차게 뿜어져 나오던 생명 에너지가 안으로 움츠러들고 수렴하는 시기예요. 마치 자연이 깊은 숨을 들이쉬며 겨울을 준비하는 것처럼요.
이런 자연의 흐름에 맞춰 우리 몸속 '기혈(氣血)'도 바깥으로 흩어지기보다는 안으로 모이고 가라앉으려는 경향이 강해져요. 그런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막히거나 정체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요. 상상해보세요, 맑은 물이 졸졸 흘러야 하는데 갑자기 물길이 막히면 흙탕물이 고이고 넘쳐흐르겠죠? 우리 몸의 기운도 마찬가지예요. 안으로 잘 수렴되어야 할 기운이 순환되지 못하고 막히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고,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초조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거예요. 마치 꽉 막힌 수도관처럼 답답함이 쌓이고, 그게 불안이나 신경과민으로 터져 나올 수 있는 거죠.
특히 가을은 오행(五行) 중 '금(金)'의 기운과 연결되어 폐(肺)와 대장(大腸)을 주관하고, 감정적으로는 '슬픔'이나 '우울감'과 관련이 깊어요. 가을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듯, 자연스레 마음도 쓸쓸해지고 무언가를 놓아주는 시기가 되죠. 그런데 이때 슬픔이나 불안이 과도하게 쌓이면 폐 기운이 약해지고, 이는 곧 우리 몸 전체의 기운 순환에도 영향을 미쳐요. 기가 뭉치고 흩어지지 못하면서 신체적으로는 소화 불량, 피부 건조함, 면역력 저하 등의 증상이, 정신적으로는 불안, 초조함,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답니다. 우리 몸은 자연의 거울이라는 사실,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