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말하는 '맥이 불규칙하게 멈추는 현상'은 현대 의학에서 '부정맥'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위험한 것이 바로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ib)'이에요. 우리 심장은 네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마치 가늘게 떨리듯이 파르르 떠는 현상을 말해요.
정상적인 심장은 동방결절에서 규칙적인 전기 신호를 만들어 심방과 심실이 조화롭게 수축하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뿜어냅니다.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 내에서 비정상적이고 무질서한 전기 신호가 마구잡이로 발생해서,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분당 300~600회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떨기만 해요. 이 무질서한 신호가 심실에도 불규칙하게 전달되면서, 심실 박동도 제멋대로 빠르게 뛰거나 느리게 뛰는 등 '불규칙한 불규칙성(Irregularly irregular)'을 보이게 됩니다. 환자분들은 이를 '가슴이 두근거린다', '쿵 하고 내려앉는다', '맥박이 건너뛰는 것 같다', '숨이 차고 기운이 없다'고 느끼실 수 있죠. 하지만 놀랍게도 상당수의 환자분들은 아무런 증상 없이 지내시기도 해요.
문제는 이 심방세동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점이에요. 특히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바로 '뇌졸중'입니다. 심방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하고 떨기만 하면, 심방 안에 혈액이 정체되어 고이게 됩니다. 이렇게 고인 혈액은 응고되어 '혈전(血栓)', 즉 피떡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요. 특히 혈전은 심장 좌심방의 귀퉁이에 있는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라는 작은 주머니 같은 공간에서 가장 많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혈전이 심장에서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 발생하게 됩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은 다른 원인의 뇌졸중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고, 재발률과 사망률이 높은 경향이 있어요.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 발생 위험이 무려 5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뇌졸중 과거력 등의 위험 인자가 많을수록 그 위험은 더욱 증가하죠.
심방세동은 발생 양상에 따라 가끔 나타나는 발작성(Paroxysmal),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지속성(Persistent), 1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지속성(Long-standing persistent),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Permanent) 심방세동으로 나뉩니다. 진단은 주로 심전도 검사, 홀터 모니터(24시간 심전도), 또는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도 가능합니다. 치료는 크게 항응고제 복용을 통한 뇌졸중 예방, 그리고 심장 리듬과 박동수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나 시술(전기적 심율동전환술, 전극도자 절제술 등)로 이루어져요. 특히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복용은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필수적일 때가 많으니, 전문가와 꼭 상담해 보시는 것이 중요해요.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어혈'이 뇌졸중이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 '혈전'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의 이상 신호를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마세요.